'서울콜렉터' 오픈스튜디오 프로젝트 〈그들 각자의 주택〉 리뷰,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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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그때 우리는 자주 J의 방에 모여 뒹굴곤 했다. 퉁퉁 불은 라면을 먹으며 성장기의 주체할 수 없는 허기를 달랬고, 무엇이 그렇게 좋았는지 밤늦도록 숨넘어가게 웃었다. 기껏해야 두 평 남짓한 공간이었지만, 우리는 그곳에서 더 넓은 세계로 들어서는 순간을 상상했다. 어른이 된다면, 하고 싶은 것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시간은 늘 부족했다.

이젠 제법, 겨울다운 겨울이 되었고 쌀쌀한 날씨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을 꽁꽁 싸매게 만드는 그런 날, 우리는 J가 빌린 방에서 오랜만에 만났다. 나는 오래된 식당에서 파는 뜨거운 만두를 샀고, 다른 녀석은 맥주를 그리고 야근을 마치고 뒤늦게 온 녀석은 차가운 귤 한봉지를 사들고 왔다. 우리는 방 한 칸에 모여 그 시절 우리를 울게 만든 멜로영화를 보았고, 다 지난 유행가를 틀어놓고 신나게 춤을 추었다. 현재에 대한 불만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했지만, 더 이상 누구도 다가올 시간에 대해서는 기대하지 않았다. 불안감을 감추기 위해 맥주를 마셨고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자 우리는 크게 웃었다. 열일곱. 이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잊고 싶었다.

다만, 그리워할 시간이 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다.

- 2016년 11월 30일, 〈그들 각자의 주택〉에서 익명의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