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오래된 것들이 주는 편안함과 아름다움, 그것을 현대에 되살려내는 조금은 사소하지만 때론 특별한 방법", 2018




동진시장 부근 번화한 연남동의 거리 2층에 고즈넉한 공간이 있다. 한때 누군가의 집이었던 이곳은 거실과 방의 구조를 그대로 살린 채 갤러리 겸 카페가 되었다. 그리고 2017년 말, 서울콜렉터 류, 조 대표와 만나 카페로 재탄생했다.문을 열고 들어서면, 마치 전시 작품처럼 바닥에 놓인 커다란 좌대를 만나게 된다. 서울콜렉터의 수집품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도자기 제품을 선별하여 놓은 곳으로, 수석壽石의 좌대를 모티브로 삼은 것이다. 1930년 미쓰코시 백화점(현재 신세계 백화점 본점)에서 구매했다는 붉은 유리 화병이 특히 눈에 띈다. 찬찬히 둘러보면 방이었을 공간마다 커다란 식물과 패브릭, 조명 그리고 원목가구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실, 카페라고 불렀지만 이곳은 카페 그 이상이다. 한국 근현대 생활용품을 수집해온 류, 조 대표가 ‘고전’이라 부르는 근현대 생활용품 콜렉션을 만날 수 있고, 이들이 아티스트와 손잡고 생산하는 ‘현대’ 리빙 제품을 직접 만지고 느껴볼 수 있는 쇼룸의 역할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콜렉터의 수집품은 192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폭넓다. 찻잔 세트부터 88서울올림픽 호돌이 배지, 괘종시계, 가구 등 품목도 다양하다. 옛날 서울사람들의 생활에서 실제로 쓰였던 다양한 리빙 제품을 수집하지만 일본, 대만, 미국, 영국에서 건너온 제품들도 있다. 근대사의 특성상 일본의 영향을 받은 제품은 물론 그 일본과 상호 영향을 주고받은 서구 제품들도 같은 맥락 안에 놓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 대표는 이런 시대적 탐사가 수집의 묘미라고 입을 모은다.

류, 조 대표는 같은 대학교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선후배 사이다. 공동작업을 하며 레퍼런스 삼아 모아온 오래된 물건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2005년 통의동을 거쳐 2012년 연희동 가정식 주택에 작업실을 만들면서, 수집은 단순히 취미를 넘어 이들의 업이 되었다. 그 고민이 담긴 것이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된 오픈 스튜디오 활동이다. ‘그들 각자의 주택’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일본, 영국 등 다양한 국적과 다양한 시대적 배경을 겹쳐놓은 가정집 공간을 개방하여 자신들이 모아온 수집품과 사람들을 만나게 했다.

“저희가 생각하는 수집은 값비싸고 귀한 것을 그저 모셔 두거나, 일부 층만이 향유하고 마는 것이 아닌, 생활 속에서 실제 사용하면서 그 가치를 발견하게 하는 겁니다. 저희 수집품 중에 실용적인 도자기류가 특히 많은 이유이고, 저희가 리빙 제품을 론칭하면서 러그를 첫 제품으로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죠.”

자연스럽게 서울콜렉터 공간에 놓인 러그는 서울콜렉터의 현대 리빙 제품 라인의 시작점이다. 서울 사람들의 주 거주패턴인 아파트 생활에 적합하게 러그를 만들되 전통적 방식을 취하고 싶어, 네팔 현지에서 핸드워크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수공예업자들이 직접 손으로 만들어 같은 프린트라도 저마다 다른 느낌이 특징이다. 러그의 도안은 판화가 최경주의 프린팅 레이블 ‘아티스트 프루프ARTIST PROOF’, 디자이너 오혜진OYE과의 협업이다.

눈 밝은 이라면 동양식 차라는 표현에 주목할 터. 이곳에서는 커피가 아닌 차만 판매한다. 류 대표는 “현대인들에게 커피만이 가장 친숙하고 대중적인 음료가 된 게 아쉽습니다”라면서 “일본의 다도와 또 다른 한국만의 독자적인 차문화를 알리고 싶어서, 서울콜렉터에서는 차를 선보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그것이 공간마다 놓인 원형 테이블에 차판이 놓여 있는 이유다. 이곳의 차판은 작고 심플하면서 모던하다. 1990년대 제작된 국산 가구회사 제품인 테이블과 의자와 잘 어울리는 모양새로 그들의 수집품 중 하나다. 이곳에서는 동양식 차와 서양식 차로 구분해 보성 녹차, 우롱차, 자스민 차, 보이차와 홍차를 선보인다.

5월부터 서울콜렉터는 멤버십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가입비 5만원을 내면 정액카드가 발급되는데, 사용에 따라 금액이 차감되는 방식이다. 금액을 다 쓰면 다시 충전하면 된다. 회원에게는 음료 할인과 함께 콜렉션 중 고전 제품을 구매할 때 10%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그 외에 타 장르의 아티스트들과 협업하여 선보일 전시나 공연 관련해서도 우선 예매 혜택이 있다.

“새롭게 공간을 내고 나니 오다가다 들르는 새로운 손님들은 늘어나는데, 저희 활동을 오래전부터 지켜보고 응원해주신 오랜 고객들, 가족과 같은 분들에게 도리어 소홀해진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어요”라고 멤버십 제도를 만든 이유를 설명하는 조 대표.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아름답게 살아가는 법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서울콜렉터를 한 번쯤 방문해보면 어떨까. 오래된 것들이 주는 편안함과 아름다움, 그것을 현대에 되살려내는 조금은 사소하지만 때론 특별한 방법을 살짝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동네 마실 나가다 - 079.서울콜렉터」, Street h2018년 5월 Vol.107.
글·사진. 정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