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여기, 함께 불안을 이야기하기, 2020

사진 ⓒ 2020. (서울문화재단) all rights reserved.


"언제, 왜 불안하신가요. 불안을 어떻게 해소하시나요."


서울콜렉터의 온라인 전시 <불명확한 오브제들 : 불안에 대하여>와 연계 프로그램 <퍼블릭 살롱: 불안에 대하여>는 이런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모두가 각자 한편에 가지고 있는 불안들, 하지만 쉽게 드러낼 수 없었던 불안들. 형태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형태를 가진 것들보다 우리를 쉽게 무너뜨리는 그 불안들. <불안에 대하여>는 함께 불안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온라인 전시를 보고 공동 기획자인 PUPUPO(성수정 대표), 그리고 서울콜렉터(조수미 대표)와 대화를 나누며 지금, 여기 우리의 불안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서울콜렉터, <익숙하지만 낯선> 전시 영상 스틸컷, 2020.


서울콜렉터는 연남동에 위치한 ‘예술인들의 스튜디오이자 복합문화공간’이다. 이곳은 예술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공존하는 곳으로,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지속하는 곳이다. PUPUPO는 예술이 할 수 있는 공적인 역할을 이야기하며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고, 최근 <유년의 기억>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와 프로그램은 서울콜렉터와 PUPUPO가 함께한 첫 번째 프로그램으로, 서울문화재단의 2020 코로나19 피해 긴급예술지원사업 선정작이기도 하다.



(오)전시 및 전시 연계 프로그램 (왼)포스터 이미지, 디자인 옥희, 2020.



전시 프로그램인 <불명확한 오브제들 : 불안에 대하여>와 <퍼블릭 살롱 : 불안에 대하여>는 지난 6월 25일부터 9월 25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불명확한 오브제들>은 유수연 도예가의 <기다리는 오브제들>과 서울콜렉터의 <익숙하지만 낯선>으로 구성되어 작품 제작 과정과 인터뷰, 시놉시스와 작품 등을 볼 수 있는 영상 전시이다. <퍼블릭 살롱>은 7인의 방장이 미셸 페로의 저서 <방의 역사> 중 자신의 불안과 관련된 방을 하나씩 선택하여, 그 불안에 대해서 다른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온라인 살롱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전시 프로그램보다 연계 프로그램이었던 <퍼블릭 살롱 : 불안에 대하여>가 먼저 기획되었다. 울콜렉터의 조수미 씨는 평소 정치인과 예술인이 함께 이야기하는 장을 마련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때마침 여인들의 방의 방장이기도 했던 정치인 신지예 씨가 불안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자고 제안을 해왔다. 이후 <퍼블릭 살롱 : 불안에 대하여>는 정치인 패널과 예술인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 기획이 되었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되었다. 이 과정에서 예술인들이 말하는 불안의 형태가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의 경우 정책 실현 등을 통해 형태가 드러날 수 있지만, 시각예술의 경우 매체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불안)의 형태가 드러난다. 두 공동기획자는 시각예술분야의 기획자이자 작업자로서, 불안을 형태로 나타내는 작업인 전시 <불명확한 오브제들 : 불안에 대하여>를 기획했다.




불명확한 오브제들 : 기다리는 오브제들과 익숙하지만 낯선


유수연, <기다리는 오브제들> 전시 영상 스틸컷, 2020.



<불명확한 오브제들 : 불안에 대하여>의 첫 번째 전시는 유수연 도예가의 <기다리는 오브제들>이다. 작품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자막과 함께, 흙으로 오브제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지켜본다. 물레가 돌아가는 소리와 손에 묻은 흙, 물의 소리가 들린다. 영상 속 인터뷰에서 작가는 “오브제는 흙도 도자기도 아닌 형태”라고 이야기한다. ‘불명확한 오브제’라는 말이 불안을 느끼는 우리와 닮아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뷰 속 “쓸모도 정해지지 않은 이 오브제”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 속의 우리와 닮아있으며 이는 곧 “기다리는 오브제”이다. 작가는 “만드는 일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방법의 하나이다. 불명확함을 극복하는 방식이기도 하고, 삶을 위로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유수연 도예가는 자신이 참여한 <퍼블릭 살롱>의 <닫힌 불안> 프롤로그에서 “미래가 있는 사람이 불안한 것 같다”고 말한다. 미래가 있는, 무척이나 불안한 우리에게 <기다리는 오브제들> 전시는 불안을 직접 형태화하고 만지고 또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유수연, <기다리는 오브제들> 작품 인터뷰 스틸컷, 2020.


불명확한 오브제를 ‘도예’로 설정한 이유를 묻자 “흙이라는 매체가 형태를 보여주기에, 또 논의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한다. <퍼블릭 살롱> 중 <닫힌 불안>에서 유수연 도예가는 흙으로 ‘불안을 담을 불안함’의 손잡이를 만드는 활동을 많은 사람과 화면을 사이에 두고 하기도 했는데, 이는 이 전시와 연결된다고도 한다.





서울콜렉터, <익숙하지만 낯선> 작품 영상 스틸컷, 2020.


<기다리는 오브제들>이 만드는 작업이었다면 인터뷰와 시놉시스로 구성된 <익숙하지만 낯선>은 깨트리는 작업이다. 병, 찻잔, 그릇, 찻주전자와 같은 도자기들이 다양한 소리를 내면서 깨어진다. 작은 충격에도 깨어지는 것들이 있는 한편, 구멍이 뚫려도 부서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영상에서는 그 조각을 주워 다듬고 전시한다.

<익숙하지만 낯선>은 서울콜렉터가 서울과 서울에서 모은 파편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고 설명한다. 인터뷰에서 서울콜렉터는 “부서진 세상을 사는 우리들의 시간을 증명할 수 있는 파편들을 찾아보면 어떨까?” “그 파편들이 우리를 증명할 수 있을까?” “누가 세상을 부수었나?”라고 질문을 던진다. 부서지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의 존재에 대한 불안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깨어지고 있는 오브제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억과, 그 기억이 담은 불안함의 이야기라면, 그것을 잘 주워 다듬어 전시한다는 것이 어떤 것을 상징하는지에 대한 많은 생각을 남긴다.




《불명확한 오브제들 : 불안에 대하여》 온라인 전시 스틸컷, 2020.




서울콜렉터는 이 전시가 끝나는 시점에서 형태화되는 전시라고 말한다. 전시 기간에는 형태화 된 것이 없다는 것, 그리고 전시가 모두 끝난 뒤 <퍼블릭 살롱>에서 불안의 내용과 형태화된 전시를 다시 보면서 불안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깊은 생각을 남긴다.



PUPUPO와 서울콜렉터에게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있었던 불안함에 관해 묻자, 온라인이라는 형식에서 나타나는 불안함에 관해 이야기했다. 오프라인과는 다르게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이 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한계가 있는 것. 온라인이기에 전달의 방식이 달랐고, 그것의 파악이 쉽지 않았다는 것은 공통적인 어려움이었다고 한다. 특히 전시의 경우 영상 작품을 어떻게 전달하는 것이 좋을까 하는 고민 속에, 전달하는 것도 하나의 작품적 요소로 고려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작품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불안한 순간을, 즉 작업 과정을 보여주게 되었다고 하였으며 이는 영상이라는 방식으로 전달되었다. 온라인으로 전달하거나 표현하는 것이 팬데믹으로 인해 어쩌면 일 년을 넘게 안고 가는 문제가 될 것이고, 이에 대한 고민이 많이 남는다는 답변도 들을 수 있었다.



지금 여기의 불안과 코로나, 그리고 새로운 시도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당장 내일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불안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이에 그들은 “코로나19로 인해 퍼블릭 살롱이 기획 단계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방장에게 다시 방, 즉 불안을 선택하라고 묻자 많은 사람이 죽음의 방, 즉 죽음의 불안을 선택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전에도 불안의 요소가 많았는데 코로나19까지 포함한 불안을 이야기하게 되었고, 많은 사람이 이야기하는 주제가 되었다”며 퍼블릭 살롱은 이에 “불안하다고 말을 꺼내면 정말 불안해질까 봐 그것을 말하지 못하는 지금의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형성하는 지점”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방식이 가지는 뜻밖의 기능으로, 일종의 “생존 신고” 같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오프라인으로 참여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불안에 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여건상 함께하지 못한 사람들의 고민까지 들을 수 있는 장점”으로 느껴졌다고 한다. 코로나19라는 불안에서 비롯한 온라인 방식은 또 다른 고민과 불안을 안기기도 했지만, 우리가 마주하지 못했던 불안한 사람들과 그들의 불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지점이 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웠던 지점에 관해서 묻자 온라인 방식의 한계들과 함께 <퍼블릭 살롱>과 <불명확한 오브제들>의 전시가 끝나는 마지막 날을 언급했다. <퍼블릭 살롱>에서 만났던 방장과 참여자들이 서울콜렉터에 모여 대화를 나누고 싶었으나, 온라인으로 대체하게 된 것이었다. PUPUPO는 그러나 이 전시가 끝나더라도 예술의 생산자와 소비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퍼블릭 살롱>은 계속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서울콜렉터는 <퍼블릭 살롱>이 만남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기에 온라인 형식으로 예술을 하는 것, 또 금지되어버린 만남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도 한다.




프로그램 시작 이후 서울콜렉터 메일을 통해 들어온 메시지, 2020.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분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에 관해서 묻자 서울콜렉터는 “전시는 보여주는 것인데 볼 수 없는 상황에서 보여준다는 것이 고민 지점이면서도 흥미로운 지점”이라고 하며 “이 전시는 끝나지만 시작되는 전시이고,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다시 만나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또한 “불안해도 괜찮다는 말을 많이 했었다. 서울콜렉터 홈페이지의 메시지로 불안하다는 메시지를 많이 받았는데 이게 표류하는 고민으로 느껴졌다”며 “이렇게 불안한 사람들이 많았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괜찮아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곳에서 불안이 해소되지는 않았더라도, 불안해도 괜찮다는 이야기가 전달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PUPUPO는 “코로나19의 영향 때문에 온라인으로 문화예술이 송출되고 있다. 그런 상황이 아닐 때도 실험적인 예술의 형태를 만들어 내고자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고, 계속해서 작업하고 있고 또 앞으로도 하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남기고 싶다고 했다.





다시 질문을 던져본다. “언제, 왜 불안하신가요. 불안을 어떻게 해소하시나요.” 비슷한 형태의 불안과 고민을 가지고 만났던, 그리고 현재도 그러한 것들로 맞닿아있는 수많은 사람에게 이 전시는 직접 마주하지 않았지만, 화면 너머로 불안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맞닿아있다는 감정을 주었다는 것에서 큰 의미가 있다.

서울콜렉터의 전시 <불명확한 오브제들 : 불안에 대하여>는 2020 공예주간과 함께 9월 26일부터 10월 31일까지 복합문화공간 서울콜렉터에서 오프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완료된 두 온라인 프로그램 <불명확한 오브제들 : 불안에 대하여>, <퍼블릭 살롱 : 불안에 대하여>는 서울콜렉터 홈페이지(www.seoulcollector.kr) 혹은 유튜브 채널 서울콜렉터(www.youtube.com/channel/UCj-MLzvZn1wlMaV7uBRL1Zw/featured)에서 만나볼 수 있다.

* 서울콜렉터 : 서울특별시 마포구 성미산로 191 2층



글·사진 시민기자단 10기 김유경

사진 제공 서울콜렉터

디자인 최아영

편집 장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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